DINING /남도분식 Namdo Bunsik

클라이언트  남도분식
공간규모  25py
공간용도  분식집
업무범위  브랜딩, 공간디자인, 시공
예산범위  1억 2천만원


망가진 것을 오래된 것으로 새로 만드는 일

남도분식은 서촌에서 시작된 작은 분식집이다. 익선동 매장은 그 브랜드를 프랜차이즈로 전개하며 처음 낸 플래그십 스토어다. 언더바는 폰트와 로고, 캐치프라이즈, 그래픽, 가구, 공간까지 브랜드의 모든 면을 설계했다.

가장 큰 변수는 건물 자체였다. 익선동 골목 안의 한옥 한 채. 건물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태였다. 지붕은 천막으로 덮여 비가 샜고, 바닥엔 흙탕물이 고였으며, 벽은 녹물과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폐허였고, 새로 짓는 게 더 빨랐다. 실제로 재건축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리모델링과 재건축/대수선은 적용되는 법적 규제가 명백히 달라 포기했다. 어렵더라도 고쳐 쓰기로 했다. 쓸 만한 것은 기둥과 보, 서까래로 짜인 목구조의 골격뿐이었다.

언더바는 시간의 흔적이 남은 것들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오래된 것' 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붕괴' 였다. 건물은 오래된 것을 넘어 붕괴되어 있었다. 모든 것을 새로 지어야 했고, 그럼에도 오래된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디자인의 시작은 '시간의 흔적을 새로 만드는 것' 이었다.

더군다나 위치가 익선동이었다. 익선동은 한옥 골목이 그대로 상권이 된 동네다. 잘 지은 한옥이 즐비한 북촌같은 곳이 아니라, 실제 쪽방으로 운영되던 엉망으로 지은 한옥들이 즐비했던 동네다. 그 좁은 길 양옆으로 개조한 한옥이 들어차고, 그 옛 정서를 보러 사람이 모인다. 시간이 묻어 보이는 공간이 이 동네에서는 힘을 갖는다. 더더욱 새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했다.


오래됨을 복고로 풀지 않는다

당시는 코리안 레트로가 한창이었다. 분식집이라는 업종상 그 노선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다만 방향을 분명히 했다. 그 시절 레트로는 대체로 과장된 어휘로 표현됐다. 채도 높은 색, 노골적인 옛날 간판,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의 나열. 과장되고 자극적인 디자인은 대체로 오래 가지 못한다. '노포스러움'과 '촌스러움' 은 한끝 차이다. 뻔한 레트로로 보이지 않도록, 노포가 가진 정서를 고급스럽게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예를 들어 테이블이 그 판단을 보여준다. 마름모로 짜인 상판 패턴은 80년대 지어진 집의 나무 천장에서 가져왔다. 오래된 것들의 가치 중에는 수공예적 섬세함이 있다. 마치 천장에서 타일을 떼어다 붙여 만든 테이블처럼 보이길 바랬다. 명백히 새로 만든 것이었지만.

천장은 새로 짠 목구조에 옛 골격을 더해 노출로 마감했다. 벽은 미색으로 가라앉히고, 유리 펜던트와 레일 조명으로 빛을 나눴다. 의자는 예식장에서 주로 쓰던 스타킹 체어를 사용했다('스태킹', 겹쳐 쌓는다는 단어를 스타킹이라고 불렀다). 바닥은 테라조, 소위 도끼다시라 오래되어 보이지만 사실 업체를 수소문해 콘크리트부터 새로 붓고 바닥을 갈아 만들었다. 옛날 분식집의 어휘지만, 비율과 마감을 조였다. 촌스러움의 경계에서 멈추는 것이 이 공간의 기준이었다.


파사드와 이름

이름과 그래픽도 같은 원칙으로 갔다. 일출과 일몰을 그린 것 같은 박스 간판, 세 개의 둥근 얼굴로 그린 로고, '남도의 이름난 분식만 고르고 모았읍니다'라는 캐치프라이즈. 남도분식의 폰트는 직접 그렸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도 기하학적인 폰트를 거뜬히 만들어내던 이름 없는 간판 예술가들의 느낌이 났으면 했다. 파사드는 옛날 노포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알루미늄 패널을 아주 비싼 가격에 썼다. 요즘은 잘 쓰질 않고, 금속값이 올라 현장에서 목으로 만드는 것보다 더 비쌌다. 폰트부터 간판, 유리, 메뉴판까지 하나의 손끝에서 나온 듯 결을 맞췄다. 모든 가게가 레트로적 요소를 하나씩은 품고 있는 익선동의 밀도 높은 상권에서,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눈에 띄어야 했다.


오픈, 그리고 결과

남도분식은 오픈하자마자 웨이팅이 걸렸다. 첫 달 매출은 2억 원을 넘겼다. 꽤 오랫동안 1억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안다. 분식을 팔아서 낼 수 있는 매출치고는 상당히 경이로웠다.


복제 가능한 오리지날

시간의 흔적은 비싸다. 비유적인 뜻만이 아니라, 값을 매겨보면 정말로 비싸다. 남도분식이 그랬다. 겉으로 보기에는 '원래 있었던 분식집을 고쳐서 만든 곳' 처럼 보이기 위해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었다. 그 금액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거저 얻는 오래된 흔적이 얼마나 소중한지, 저평가된 아름다움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시간의 흔적은 오리지날이라서 그렇다.

컨셉을 지키기 위해선 치밀함이 필요하다. 오래된 것이 아니라 오래된 것을 흉내낸 것처럼 보일 때 그 감도가 얼마나 촌스러운지는 사라진 수많은 상점과 브랜드들이 직접 설명한다. 수십년을 버틴 떡볶이집의 오리지날리티를 프랜차이즈가 표현할 수 있다면 그처럼 힘이 센 브랜딩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기획과 예상은 꽤 잘 맞았고, 매출이 이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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