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카페 서리풀 Cafe Seoripul

10평, 디자인이 비즈니스를 바꾼다는 것에 대하여

카페 서리풀은 10평 남짓의 작은 카페다. 기존 저가 프랜차이즈 카페를 리뉴얼해 개인 브랜드로 전환한 후, 매출이 3배 이상 수직 상승했던 프로젝트다. 언더바가 프랜차이즈 컨설팅에서 벗어나 개인 브랜드 위주의 독립 프로젝트를 시작한 초창기의 작업이자, 워낙 열악한 조건에서 출발한 만큼 '디자인이 어디까지 공간 비즈니스를 바꿀 수 있는가'를 증명한 의미 있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클라이언트는 이미 몇 년간 카페를 운영해온 분으로, 저가 프랜차이즈 박리다매 모델에 몸이 갈려나간 상태였다. 같은 자리에서 카페를 리뉴얼하며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일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10평 남짓의 공간은 그나마도 검정색으로 칠해진 낮은 천장에 짓눌려 있었고, 비효율적인 주방 구성 때문에 홀 면적은 2평이 채 되지 않았다. 효율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일이 핵심 과제였다.


상권 안에 비어 있던 자리

서초역과 교대역 사이의 뒷골목, 법무법인이 밀집한 남성 사무직 위주의 상권이었다. 골목 코너 반경 50m 안에 저가커피 브랜드가 3개 이상 포진할 정도로 저가커피 일색의 환경. 잠재 고객의 대부분은 30대 이상 남성이었지만, 모든 경쟁자가 동일한 타겟을 보고 있었다. 정작 객단가 높은 20대 여성 고객을 위한 공간은 비어 있었다.

언더바는 처음부터 이 지점을 노렸다. '모든 회사에 한 명쯤 있는 여직원'을 핵심 타겟으로 설정하고, 상권 안에 부재한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기획을 잡았다. 객단가 상승의 공략 지점을 분명히 한 뒤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돌, 원목, 풀

철거를 하고 보니 옆 가게 천장 조명 빛이 새어 들어올 정도로 부실한 구획벽이 드러났다. 천장은 의외로 굉장히 높았다. 구획벽은 목벽이나 경량벽 대신 요즘은 잘 쓰지 않는 조적벽으로 다시 쌓았다. 제주 어딘가의 풍경을 모티브로 '일상 속 휴식'을 컨셉으로 잡았던 만큼, 목벽보다는 돌벽이 연상되는 조적벽이 더 적합했다.

공간 한가운데에는 아레카야자를 중심에 둔, 가운데가 빈 대형 테이블을 배치했다. 동네의 오래된 지명이 '서리풀'이었는데 어감이 좋아 카페 이름으로 그대로 가져왔다. '풀'이라는 단어와 제주가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공간에서 직관적으로 드러나길 바랐고, 동시에 상업적으로 포토존 역할을 해줄 악센트도 필요했다. 창문은 금속으로 제작한 뒤 목재 질감이 나도록 아트 마감했고, 유압 쇼바로 상단이 들어 올려지는 개방창으로 제작했다. 바닥은 당시로서는 드물던 콩자갈로 시공했다. 모든 디자인 요소가 '돌-원목-풀'이라는 재료 컨셉을 관통하도록 했다.


파사드, 작지만 건축적인

파사드는 작지만 건축적인 요소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 같은 건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옆 가게와 명료하게 구분된 입면은 흰색으로 뒤덮여 있다. 간판은 입면의 1/3을 차지할 만큼 크지만, 정작 적힌 가게 이름은 오른쪽 귀퉁이에 작게, 그것도 흰색 양각으로 붙어 입체감만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구조상 벽면이 될 수밖에 없었던 왼쪽 구획은 여백으로 비워두고 그 자리에 소박한 귤나무 한 그루를 두었다. 가게 안쪽으로 들어서는 입구는 낮은 계단 한 층, 그리고 날씨 좋은 날 잠깐 앉을 수 있는 조적 벤치로 한 단 더 올라서는 구성. 모든 구획은 면밀하게 계산된 그리드 안에서 이뤄지지만, 원목 포인트가 공간을 차갑지 않게 만들어준다.


오픈, 그리고 결과

카페는 오픈 전부터 동네에서 화제가 됐다. 고작 10평짜리 공간이지만, 두부처럼 단정하게 잘린 하얀 입면은 이 동네에서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공사 자체가 광고판이었던 셈이다. 오픈 첫날 점심, 곧장 웨이팅이 걸렸다. 외부 유입 인구가 거의 없는 상권이라 외지인이 일부러 찾아오는 카페는 아니었지만, 건강음료와 샌드위치를 주력으로 객단가와 영업이익이 높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카페가 되었다.

설계와 시공 예산은 3천만원 남짓으로 소박했다. 외관과 내관 모두 과시적이지 않고 단정했지만, 결과물과 성과는 그렇지 않았다. 오픈 후 첫 3개월 매출이 전체 공사비용을 상회했다.


작은 공간일수록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것

작은 자영업 공간은 그저 기능적이고 예쁘게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이 클 수 없으니 클라이언트 본인조차 그 이상의 목표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오히려 규모가 작은 상업 공간일수록, 공간은 단순한 기능과 심미성을 넘어 '브랜딩'의 관점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져야 한다. 별도의 브랜딩과 마케팅 예산을 가져갈 수 있는 대형 비즈니스와 달리, 자영업 공간은 공간 그 자체가 유일한 브랜딩이자 마케팅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매출이 나는 공간'이라는 말이 꽤 흔하게 쓰이는 시절이 됐지만, 정작 그런 공간이 어떤 기반에서 출발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카페 서리풀은 소규모 자본으로, 상권에 정확히 핏이 맞는 비즈니스 기획에서 출발해 동네에서 가장 예쁜 카페가 된, 작지만 명료한 공간 브랜딩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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