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언트 개인
공간규모 59.4sq
공간용도 집
업무범위 공간디자인, 시공, 가구제작
예산범위 4천만원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
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때만 그렇다.
18평. 방 두 개에 뒷베란다, 세탁실까지 딸린 집이다. 작은데 잘게 나뉘어 있었다.
이런 집은 기능부터 푼다. 동선을 정리하고, 수납을 채우고, 쓸 자리를 만든다. 거기서 멈추면 그냥 정리된 집이다. 한 걸음 더 가야 한다. 기능이 그 자체로 보기 좋아지는 지점까지.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스승인 루이스 설리번의 말이다. 미드센추리는 유행하는 소품 놓는 게 아니라, 디자인이 기능을 따라가도록 끝까지 만드는 작업이다. 이 집에는 아무런 미드센추리 소품이 없다. 그러나 한국적 미드센추리를 목표로 했다.
이미 쪼개져 있던 집
30년 된 구옥 빌라형 아파트였다. 18평이지만 공간이 극도로 쪼개져 있었다. 2룸, 화장실, 뒷베란다에 심지어 세탁실까지 있었다. 작은 평수에 기능만 빼곡했다. 이런 집에서 시원한 개방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트는 방향은 처음부터 가망이 없었다. 그래서 반대로 갔다. 기능을 더 잘게 나눴다. 그러고 나니 집이 넓어 보였다.
주방을 펴고, 파티션을 세우고
ㄱ자 주방을 1자로 폈다. 보통 공간이 작으면 주방을 ㄱ자로 접지만, 이 집에선 반대로 했다. 벽 끝까지 주방을 밀어붙여 길어졌고, 끝에 냉장고 자리가 생겼다. 다만 냉장고 옆면이 거실로 드러났다. 보기 좋지 않아 파티션을 세웠다. 이 파티션이 그대로 아트월이 됐다.
파티션은 명료하지만 모호한 청록색으로 칠했다. 단청에 주로 많이 쓰이는 색이다. 미드센추리에는 컬러 사용이 많다. 장식적 요소를 위해서라기 보다, 디자인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요소인 점/선/면 을 공간에서 드러내기에 색만큼 좋은 방법이 없어서 그렇다.
컬러 파티션을 세우고 나니 10평 남짓한 거실에 깊이가 생겼다.
중문, 거실 안의 거실
중문이 없던 집이었다. 고양이가 있어서 중문을 달아야 했다. 그냥 평범한 중문 대신 아치 곡선을 썼다. 그냥 유행하는 아치형 문처럼 보이지 않도록 좀 더 장식에 신경을 썼다. 아치를 절반으로 쪼개 두 개의 문으로 나누고 모루유리를 넣었다. 옛날 한국 구옥에서 많이 보이는 방식이다.
현관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엇다. 중문을 달고 나니 현관과 화장실이 거실과 분리되었다. 출입하는 사람과 어수선한 신발,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화장실이 공간에서 나눠졌다. 거실에 프라이버시가 생겼다.
한가운데 테이블, 창가의 소파
4인용 테이블을 거실 한가운데 뒀다. 파티션으로 살짝 가려진 주방에서 소중하게 서빙하는 응접실같은 느낌이길 바랬다. 그래서 테이블은 원형이다. 그러고도 창가에 소파 자리가 남았다. 보통 소파를 한 쪽에 배치하고 반대쪽에 TV를 배치하지만, 이 집은 집 전체를 바라보게 소파를 뒀다. 소파에 앉으면 뒤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함께 공간을 감상하게 되었다. 공간은 좁은데 구역이 세 개 생겼다. 주방존, 테이블존, 소파존.
카펫과 커튼
바닥 전체는 타일카펫으로 시공했다. 바닥은 공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단일요소다. 어떤 자재를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에 따라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준다. 미드센추리 시절 많이 쓰던 요소인 카펫이 공간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랬다. 그러면서 층간소움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방 두 개는 드레스룸 겸 창고와 침실로 나눴다. 한쪽 벽은 전부 수납장, 맞은편 벽은 전부 옷장이다. 붙박이장 대신 파이프 행거를 설치하고 행거 전체를 커텐으로 가렸다. 주름진 커텐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그림은 한국에선 보기 어렵다. 패브릭의 볼륨감, 그 단단하지 않은 느낌이 부드럽게 공간을 채웠다. 붙박이장을 짜지 않아 비용도 줄었다.
기능과 디자인
파티션은 냉장고를 가리려고 세웠다. 그게 아트월이 됐다.
중문은 출입구를 막으려고 세웠다. 고전적인 장식이 됐다.
커튼은 옷장을 가리려고 쳤다. 파도같은 양감이 나왔다.
전부 기능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리고 보기 좋다.
전세로 들어갔고, 시설권리금을 받고 나왔다.
오늘의집에서 10만 뷰, 당근 부동산에서 5만 뷰가 나왔다.
그러니까,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 기능이 제대로 세워지면 그렇다.





























클라이언트 개인
공간규모 59.4sq
공간용도 집
업무범위 공간디자인, 시공, 가구제작
예산범위 4천만원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
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때만 그렇다.
18평. 방 두 개에 뒷베란다, 세탁실까지 딸린 집이다. 작은데 잘게 나뉘어 있었다.
이런 집은 기능부터 푼다. 동선을 정리하고, 수납을 채우고, 쓸 자리를 만든다. 거기서 멈추면 그냥 정리된 집이다. 한 걸음 더 가야 한다. 기능이 그 자체로 보기 좋아지는 지점까지.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스승인 루이스 설리번의 말이다. 미드센추리는 유행하는 소품 놓는 게 아니라, 디자인이 기능을 따라가도록 끝까지 만드는 작업이다. 이 집에는 아무런 미드센추리 소품이 없다. 그러나 한국적 미드센추리를 목표로 했다.
이미 쪼개져 있던 집
30년 된 구옥 빌라형 아파트였다. 18평이지만 공간이 극도로 쪼개져 있었다. 2룸, 화장실, 뒷베란다에 심지어 세탁실까지 있었다. 작은 평수에 기능만 빼곡했다. 이런 집에서 시원한 개방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트는 방향은 처음부터 가망이 없었다. 그래서 반대로 갔다. 기능을 더 잘게 나눴다. 그러고 나니 집이 넓어 보였다.
주방을 펴고, 파티션을 세우고
ㄱ자 주방을 1자로 폈다. 보통 공간이 작으면 주방을 ㄱ자로 접지만, 이 집에선 반대로 했다. 벽 끝까지 주방을 밀어붙여 길어졌고, 끝에 냉장고 자리가 생겼다. 다만 냉장고 옆면이 거실로 드러났다. 보기 좋지 않아 파티션을 세웠다. 이 파티션이 그대로 아트월이 됐다.
파티션은 명료하지만 모호한 청록색으로 칠했다. 단청에 주로 많이 쓰이는 색이다. 미드센추리에는 컬러 사용이 많다. 장식적 요소를 위해서라기 보다, 디자인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요소인 점/선/면 을 공간에서 드러내기에 색만큼 좋은 방법이 없어서 그렇다.
컬러 파티션을 세우고 나니 10평 남짓한 거실에 깊이가 생겼다.
중문, 거실 안의 거실
중문이 없던 집이었다. 고양이가 있어서 중문을 달아야 했다. 그냥 평범한 중문 대신 아치 곡선을 썼다. 그냥 유행하는 아치형 문처럼 보이지 않도록 좀 더 장식에 신경을 썼다. 아치를 절반으로 쪼개 두 개의 문으로 나누고 모루유리를 넣었다. 옛날 한국 구옥에서 많이 보이는 방식이다.
현관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엇다. 중문을 달고 나니 현관과 화장실이 거실과 분리되었다. 출입하는 사람과 어수선한 신발,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화장실이 공간에서 나눠졌다. 거실에 프라이버시가 생겼다.
한가운데 테이블, 창가의 소파
4인용 테이블을 거실 한가운데 뒀다. 파티션으로 살짝 가려진 주방에서 소중하게 서빙하는 응접실같은 느낌이길 바랬다. 그래서 테이블은 원형이다. 그러고도 창가에 소파 자리가 남았다. 보통 소파를 한 쪽에 배치하고 반대쪽에 TV를 배치하지만, 이 집은 집 전체를 바라보게 소파를 뒀다. 소파에 앉으면 뒤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과 함께 공간을 감상하게 되었다. 공간은 좁은데 구역이 세 개 생겼다. 주방존, 테이블존, 소파존.
카펫과 커튼
바닥 전체는 타일카펫으로 시공했다. 바닥은 공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단일요소다. 어떤 자재를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에 따라 디자인에 큰 영향을 준다. 미드센추리 시절 많이 쓰던 요소인 카펫이 공간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랬다. 그러면서 층간소움을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방 두 개는 드레스룸 겸 창고와 침실로 나눴다. 한쪽 벽은 전부 수납장, 맞은편 벽은 전부 옷장이다. 붙박이장 대신 파이프 행거를 설치하고 행거 전체를 커텐으로 가렸다. 주름진 커텐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그림은 한국에선 보기 어렵다. 패브릭의 볼륨감, 그 단단하지 않은 느낌이 부드럽게 공간을 채웠다. 붙박이장을 짜지 않아 비용도 줄었다.
기능과 디자인
파티션은 냉장고를 가리려고 세웠다. 그게 아트월이 됐다.
중문은 출입구를 막으려고 세웠다. 고전적인 장식이 됐다.
커튼은 옷장을 가리려고 쳤다. 파도같은 양감이 나왔다.
전부 기능에서 나온 결정이다. 그리고 보기 좋다.
전세로 들어갔고, 시설권리금을 받고 나왔다.
오늘의집에서 10만 뷰, 당근 부동산에서 5만 뷰가 나왔다.
그러니까,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 기능이 제대로 세워지면 그렇다.